그해의 겨울
미완성 첼로 협주곡 No. 17
Jeong Yeonchae
정연채
이번 주 연습도 빠질게.
전신 이미지
17세
150cm, 42kg
고등학생
같은 곡만 계속 하니까 매너리즘에 빠져서 너무 힘들다. 다음 주엔 진짜 갈게. 알았지?

 

외관

  • 채도 낮은 갈색 머리카락녹색의 눈동자. 얼마 전 미용실에서 잘랐다던 단발은 어깨 근처에 겨우 닿는 짧은 기장이다. 함께 잘라달라고 말하는 걸 깜빡 잊은 탓에 앞머리는 집에서 직접 잘랐는데…. 왼쪽, 오른쪽 대칭을 맞춰가며 여러 번 다듬었더니 엄청나게 짧아졌단다. 결과물을 보던 몇 초 간은 심각했으나 비교적 탁 트인 시야가 만족스러웠기에 개의치 않았다. 애초에 굴러다니는 아무 머리끈이나 주워다 대강 한 갈래로 묶는 게 평소 모습일 정도로 헤어스타일에 예민하지 않았으니 더욱이.

  • 처진 눈매. 독특하게도 투명한 플라스틱 뿔테 안경을 착용하고 있다. 시력이 좋지 않아 도수가 높다.

  • 교칙을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기 위한 차림새. 선생님들의 시선을 피해 안전하게 등교한 뒤에 사복 상의와 목도리를 위에 덧입고, 치마 밑에는 트레이닝 팬츠까지 야무지게 입어 활동성까지 챙겼다. 반집업 맨투맨 안에 가슴께에 단 명찰을 포함, 교복이 완벽하게 갖추어진 상태. 가끔 불편할 때엔 사복 안의 마이를 벗는데, 운이 나쁘면 교칙을 엄하게 확인하시는 선생님들께 지적받아 벌점을 받기도 한다.

  • 제 몸집만한 첼로를 자주 들고 다닌다. 기악부니 당연하겠거니 싶지만 굳이 힘들게 가지고 다닐 것까지야…. 호기심을 이기지 못해 연채에게 이유를 물으면 체력 증진을 위해서라는 답이 돌아온다.



성격

#대담함 포르테  #영리함 포르테  #안이함 포르테

포르테: 악보에서, 세게 연주하라는 말.


SUB
불성실한, 털털한, 기분파, 강강약약, 객관적인, 태연한


 처진 눈, 꾹 다물린 입, 표정 변화가 크지 않은 낯, 작은 편에 속하는 키. 대개 연채를 처음 마주한 사람들은 다람쥐를 연상하곤 한다. 순할 것이고, 얌전할 것이고… 뭐 그런 틀려먹은 추측도 함께. 작은 고추가 맵다는 속담이 있지 않던가? 옛말에 틀린 게 하나 없다! 고쳐보자면, 정연채는 다람쥐가 아니라… 치와와다.

 어릴 적부터 독보적인 성격이었다. 제게 심한 장난을 치고 도망가는 아이를 향해 신발을 날려 머리에 맞추고서는, 스트릿 파이터가 되어 놀이터를 뒹굴었던 사건은 아직까지도 어머니가 믿지 못하는 일 중 하나다. 분명 단 한 번도 이런 일에 휘말린 적 없었는데, 언젠가를 기점으로 성격이 180도 바뀌는 바람에 육아 난이도가 수직상승했다고. 본인은 태생부터 이런 성격이었다고 못박았다.

 다사다난한 유년기를 거쳐 청소년기, 17세. 사춘기는 아직, 실은 매일매일이 사춘기나 다름없다. 눈치가 빠르고 무심하게 주변인을 챙기는 세심함이 있어 발이 넓고 주위에 사람이 많다. 여고생답게 장난기도 많고, 답답한 교칙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도 꽤 자주. 대부분의 모범생 이미지랑은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다. 수업이 졸리면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고개부터 뉘이는데도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는 건 영리한 머리 덕. 물론 첼로 역시 두말할 나위 없이 상당한 실력이다. 그러니 공부든 음악이든 남들보다 적게 투자해도 손쉽게 좋은 결과를 내곤 했다. 이렇듯 마음만 먹으면 쟁취 가능한 삶에 익숙해져 최근 연채는 무척 안이하게 모든 일을 대하고 있는 상태.



학교 생활 기록부

  • 담임 선생님 평.
    시키면 뭐든지 적당히 해내는 학생이에요. 비단 지필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따내는 것뿐만 아니라요. 어떤 일이든 중간은 하는 아이예요. (한숨,) 연채가 성적에 더 집중했으면 좋겠는데…. 전 전교 1등도 노려볼 만하다고 생각하는데 학생 스스로가 상위권에 대한 욕심이 딱히 없어서 걱정입니다.

  • 기악부 지도 선생님 평.
    어머니께서 첼리스트라 그러신지 실력이 아주 수준급이에요. 합을 맞춰볼 때 실수도 거의 없고, 어려운 파트의 독주도 훌륭하게 해내는 학생입니다. 앞으로의 장래가 기대가 돼요. 다만 가끔씩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연습을 소홀히 하는 게 개인적으로는 참 아쉽네요. 요즘 입시가 치열해서, 다들 잠을 줄여가면서라도 연습하는 추세잖아요. 조금만 쉬어도 손이 굳는데 이러다 연채가 뒤처질까 봐 우려가 돼서요….

  • 1학년 3반 학생 A 평.
    솔직히 재수 없죠. 수업 시간에 자주 자는데 시험은 잘 보고, 마감 전날 급하게 제출한 수행평가는 깎이는 점수도 많이 없어요. 저희가 엄청 친한 사이는 아니지만 안 친한 것도 아니라, 예전에 본인 앞에서 불만을 토로했던 적이 있거든요? 그랬더니 미안하다고 말은 하던데… ‘그게 왜 짜증나지? 부러우면 자기도 그렇게 하면 되는데.’ 하는 눈으로 쳐다보더라고요.



특징

 00.   정연채 鄭曣彩

 생일, 9월 2일

 혈액형, Rh+ B

 가족, 어머니 (첼리스트)


 01.   가족

 쌍둥이 오빠와 바이올리니스트 아버지까지 함께 있던 가정. 하지만 6세, 성격 차로 인한 부모님의 이혼으로 인해 어머니와 단둘이 살게 되었다. 부모님이 워낙 유명하신 오케스트라 연주자였기에 결혼 및 이혼 소식이 뉴스로도 짧게 전해졌다고 했다. 오래된 일이고 서로 자주 만나지 않아 이제는 아버지와 쌍둥이에 대한 기억도 남은 게 거의 없다. 마주치면 인사하고 지나치는 정도의 남.


 02,   첼로

 어머니에게 4세부터 첼로를 배웠다. 가족 모두가 단란하게 합주하고 싶다는 바람을 계기로 첼로 활을 쥐었으나, 지금에 이르러 활을 놓지 않는 까닭은 커다란 오케스트라 홀에서 가장 환한 빛을 독차지하겠다는 목표가 생겼기 때문일 것이다. 최고의 위치에서 흠잡을 데 없는 연주를 들려주겠어!

 이혼 후 어머니는 자택에서 그룹별 첼로 레슨 과외를 지도하고 계신다. 평소엔 다정하시지만 연습을 시작하면 세상에서 가장 엄한 지도 선생님이 되셔서, 중학생 때까진 엄청난 연습량에 시달리며 수많은 콩쿨에 참가해 수상 경력을 빽빽이 쌓아 왔다. 그리고 고등학생, 기숙사 생활로 인해 어머니에게서 자연스럽게 멀어지며 학업 핑계를 대면서 연습을 이전에 비해 맘껏 쉬고 여유를 즐기고 있다. 그나마 대학 진학을 위해 콩쿨은 빠지지 않는다. 진로는 당연히 어머니와 같은 뛰어난 첼리스트. 본인이 좋아하고, 실력까지 있으니 지금으로서는 연채를 따라올 또래 첼로 연주자는 없다.


 03.   ETC

♭ 모두와 두루두루 원만하게 지내므로 인맥이 넓다. 같은 반 친구들은 당연히 포함에, 기악부 선배도 많이 알고 있고, 그 선배들에게서 알게 된 동갑내기 친구들이나 선배의 친구들, 그리고 또 그 친구들로부터 연이 닿은 친구들…. 하지만 그 중 정말 친하다고 단정지을 수 있는 사람은 몇 되지 않는다.

♭ 컨디션이 무척 나쁘지 않은 이상 전교 한 자릿수의 성적을 유지한다. 이번 학기에는 연습을 쉬는 만큼 공부에 힘썼더니 운 좋게 5등 안에 들었다. 연습을 어마무시하게 빠졌다는 뜻이다.

♭ 축구를 정말 좋아한다! 점심시간 축구하는 학생들 사이에 끼어서 함께 뛰기도 한다. 사정이 있어 뛰지 못할 때에는 운동장 스탠드에서 구경한다. 오래 뛰어도 쉽게 지치지 않는 체력, 호승심이 강한 성격이 한몫해 축구부 사이에도 겁없이 끼어 경기를 뛰기도 했다.

♭ 좋아하는 것은 첼리스트 어머니, 클래식, 바이올린 선율, 붕어빵, 가벼운 산책, 축구, 클로버(잎이 몇 개든!).

♭ 싫어하는 것은 지루한 수업(대개 모든 과목이 포함된다.), 깐깐하고 예민한 상대(적당히 맞춰주기야 하지만 선호하는 편은 아니다.), 양파, 패배, 귀가 아픈 락 음악….

 처음으로 스스로의 연주가 만족스럽지 못한 날이 생겼다. 부쩍 그런 날들이 많아지고 있다. 어찌보면 연습량이 줄었기에 당연한 결과.


 연주가 마음에 들지 않으니 의욕이 떨어지고, 개인 연습을 피하는 횟수가 점차 느는 악순환이 시작됐다. 티를 내지 않으려 하나 불안감이 발목을 스멀스멀 붙드는 듯한 기분까지 지울 수는 없었다. 유려하게 첼로를 문지르는 활. 흘러나오는 묵직하고 듣기 좋은 선율이 퍽 나쁘지 않아 첼로 연주가 영영 질리지 않을 줄 알았는데…. 자신을 갈고닦지 않는 천재의 손놀림이 서서히 무뎌진다.